KOREA BUILD MAGAZINE

코리아빌드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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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CASE
이 마감재, 폐기물로 만들었다고? 지금 주목할 업사이클링 브랜드 5
버린 옷과 깨진 도자기, 유리 파편이 공간의 미감을 완성하는 마감재로 탄생했다. 업사이클링 소재기업 다섯 곳의 이야기.
에디터 정지영, 정사은 자료 웝스, 웨일브릭, 레스, 로카, 데사왓
이 마감재, 폐기물로 만들었다고? 지금 주목할 업사이클링 브랜드 5

카페 카운터를 감싼 검은 판재, 기둥을 덮은 노란 타일, 사무실 벽에 붙은 회색 블록. 겉만 보면 여느 마감재와 다르지 않지만 모두 폐기물로 만든 것이다. 되돌아 생각해 보면 업사이클링 제품은 과거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대부분 가방이나 자투리 천 쿠션처럼 작은 크기, 소품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우고 바닥 전체를 깔아야 하는 인테리어 마감재는 사정이 다르다. 공간 사용자가 만지고 밟는 곳에 써야 하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강도를 충족해야 하고, 같은 색과 크기가 편차 없이 생산되어야 하는 등 그 조건이 까다롭다. 그런데 최근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아니 훌쩍 뛰어넘는 자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8월 5일부터 8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6 공간디자인페어에는 이 바늘구멍 같은 조건을 통과한 소재를 들고 나오는 다섯 곳이 있다. 원료는 버려진 옷과 건설 현장 폐기물, 깨진 도자기와 유리, 알루미늄, 가구 공장에서 나온 티크 자투리다. 벽 마감재와 바닥재, 카페 카운터와 테이블 상판, 조명 등 다양한 제품들이 펼쳐진다. 폐기물을 원료로 썼다는 점은 같지만 그것을 자재로 만든 방법은 다른, 다섯 개의 브랜드를 소개한다.

01

버린 옷으로 만든 벽 마감재 — 웝스의 자원순환 마감재

우현오·섬유 폐기물 건축 마감재·wooups.co.kr

웝스 마감재를 쓴 파타고니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카운터
섬유 조각이 표면에 박힌 웝스의 업사이클링 블록

파타고니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카운터 뒤편, 그리고 식재를 두른 조경 벽. 이 벽을 마감한 자재는 모두 버려진 옷에서 나왔다. 웝스는 의류 산업에서 나온 부산물과 순환골재를 섞어 굳히는데, 그 바탕에 섬유를 분말로 만드는 자체 공정이 있다. 그렇게 나온 페브릭(Fa.Brick)·페블록(Fa.Block)·페넬(Fa.Nel) 세 제품은 표면에 파랑과 초록의 잔 섬유 조각이 그대로 박혀 있다. 원료를 지우지 않은 것이 이 자재의 무늬가 됐다.

웝스의 개발 목표는 수급이 불안한 콘크리트 블록의 천연골재를 대체하는 것이다. 그래서 쓰임의 영역이 벽 마감재와 카운터, 테이블 상판, 전시 집기까지 넓다. 색과 패턴과 규격도 프로젝트에 맞춰 주문 제작한다. 이미 스무 곳이 넘는 공간에 웝스의 마감재가 시공됐다. 무인양품 매장 네 곳과 국립항공박물관, 포스코 모델하우스와 기아 광명 라운지 등이다. 제품 견본은 윤현상재와 콩크(CONC) 같은 자재 라이브러리에도 놓여 있다. 건축사와 디자이너는 거기서 실물을 만져보고 색을 견준다.

02

국내에 없는 자재를 찾아옵니다 — 웨일브릭의 수입 마감자재

정혜원·업사이클링 마감자재 수입·유통·whalebrick.co.kr

웨일브릭이 취급하는 업사이클링 마감자재 견본

웨일브릭은 오씨아이(OCI)그룹 유니드비티플러스가 출자한 펀드와 가구 플랫폼 아이앰히어가 함께 세운 합작법인이다. 국내에 없는 업사이클링 자재를 해외에서 찾아 들여오기 위해 설립됐는데, 현재 프랑스 르파베(LE PAVE)의 업사이클링 플라스틱 판재, 터키의 천연 미네랄 패널, 체코 브로키스글라스(BROKIS GLASS)의 업사이클링 유리를 수입한다. 셋 다 해외에서 검증을 마친 자재라 물성 데이터와 인증이 함께 따라 들어오기에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채택할 때 그 절차가 수월하다. 웨일브릭이 수입한 이 제품들은 래미안 반포3주구 트리니원 상가를 비롯해 주거와 오피스, 호텔, 리테일에 걸쳐 시공되어 있다.

웨일브릭이 공급하는 천연 미네랄 패널 견본
미네랄 패널로 마감한 벽면 연출

이번 전시에서는 체코 브로키스글라스의 신규 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1809년부터 이어져 온 얀슈테인 유리공장에서 생긴 파편으로 만드는 마감재다. 장인들이 조명을 불어 만들다 보면 깨지고 잘려 나간 조각들이 생기는데, 그 파편이 패턴이 된다.

또 다른 제품, 르파베의 판재는 프랑스에서 모은 폐플라스틱만으로 만든다. 나무처럼 재단하고 가공할 수 있어 상판과 벽면에 쓰이고, 색은 세 가지 라인에 열 가지다. 2024 파리올림픽 시상대 전체와 경기장 관중석 1만 6,000석이 이 자재로 만들어졌다.

03

굽거나, 굽지 않거나 — 로카(loqa)의 순환 타일

어스마트(Earth Mart)·산업 폐기물 타일·벽돌·loqa.co

로카의 순환 타일로 감싼 기둥

로카의 타일은 세라믹 공장과 유리 공장에서 나온 산업 폐기물로 만든다. 굳히는 방식은 둘이다. 구워서 굳히는 쪽은 폐기물이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굽지 않고 굳히는 쪽은 플라이애시까지 섞어 85퍼센트 이상을 폐기물로 채운다. 두 방식 다 만드는 동안 물을 거의 쓰지 않아 환경 부담도 적다. 회사가 내놓은 시험 결과로는 일반 타일을 100으로 놓았을 때 구운 것이 111, 굽지 않은 것이 106이다. 폐기물을 많이 넣을수록 강도가 약해지리라는 짐작이 기우였음을 증명한 브랜드다.

표면을 처리하는 방식은 그보다 더 다양하다. 유약을 입혀 윤을 내거나, 돌이나 나무껍질처럼 오돌토돌한 결을 남기기도 한다. 오목하거나 볼록하게 요철을 준 디자인도 있다. 형태도 평타일에 머물지 않고 벽돌 정도의 두께로도 생산되는데, 벽과 바닥을 넘어 카운터 상판과 가구에까지 쓰인다. 기둥을 감싸거나 계단을 덮은 사례도 있다. 이름 로카는 태국어로 지구를 뜻한다. 지난해 공간디자인페어 태국관에 이어 두 번째 방한이다.

04

고장나도 버리지 마세요 — 레스(RES)의 알루미늄 가구

쿠나킷 퍼니처 인더스트리·알루미늄 가구·오브제·resismore.com

나사 없이 끼워 맞춘 레스의 알루미늄 스툴

레스의 스툴에는 나사가 한 개도 들어가지 않는다. 접착제도 쓰지 않고 부재를 끼워 맞춰 세운다. 한 부분이 상하면 그 자리만 빼서 갈면 되니, 버리고 새로 사는 시점이 그만큼 뒤로 밀린다. 사지 말고 고쳐 쓰는 생활. 레스는 버리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환경을 생각한다.

알루미늄을 고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녹슬지 않아 실내와 실외를 가리지 않고, 다 쓰고 나면 녹여서 다시 쓸 수 있는 금속이기 때문이다. 수리해 가며 오래 쓰다가 마지막이 되면 다시금 재활용해 또 다른 곳에 사용하면 된다. 70년 이상 금속을 다뤄 온 가업을 바탕으로 시작된 브랜드이기에, 그 기술이 제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얇게 편 알루미늄을 접고 구부린 스툴과 꽃 모양 트레이가 지난해 태국 디마크(DEmark)와 대만 골든핀 디자인상을 받았다.

05

자투리로 만들어낸 맞춤 디자인 — 데사왓(DEESAWAT)의 원목 마루

데사왓 인더스트리·티크 잔재 바닥재·조명·deesawat.com

짙고 옅은 수종을 섞어 짠 육각 마루를 깐 의류 매장
밝은 톤 육각 마루를 깐 레스토랑

가구를 깎고 남은 조각은 크기도 색도 제각각이다. 같은 판을 반복해 만들어내야 하는 바닥재의 소재로는 가장 나쁜 조건이다. 1972년부터 티크 가구를 만들어 온 데사왓은 그 조각을 하나의 규격에 맞추는 대신, 여러 크기와 색을 짜 맞춘 패턴 자체를 바닥의 단위로 삼았다. 짙은 수종과 옅은 수종의 색 차이가 그대로 무늬로 쓰이며, 그 조합이 고유한 바닥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 회사의 마루는 처음부터 맞춤이다. 색과 패턴과 배치를 공간에 맞춰 짜므로 어느 한 곳 같은 디자인이 없다. 바닥재뿐 아니라 구멍을 뚫고 남은 나무 고리를 층층이 쌓아 조명으로도 만들었다. 3만 제곱미터 공장에 숙련공 200여 명을 두고도 남는 재료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오랜 원칙이고, 태국 정부가 2013년부터 운영해 온 폐기물 기반 디자인 사업(DEWA & DEWI)에도 참여사로 이름을 올렸다.

옷을 만들다 남은 천은 회색 벽의 컬러 포인트가 되고 깨진 도자기는 타일의 색이, 파편이 된 유리는 벽면의 결이 됐다.

억지로 감추지 않고 드러내자 오히려 특별함이 된 다섯 곳의 이야기는, 우리네 삶에도 어떠한 교훈을 주는 듯하다. 개성을 드러내는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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