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ILD MAGAZINE

코리아빌드 매거진

대한민국 건설·건축·인테리어의 현재와 미래를 담는 코리아빌드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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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CASE
향을 다루는 세 개의 시선
왕실의 향을 되살리고, 백자에 담고, 달항아리에 남기다 — 보이지 않는 전통을 형태로 붙드는 세 브랜드.
에디터 김예원, 송세영, 정사은 자료 카라영, 제로연구소, 정오재
향을 다루는 세 개의 시선

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한국인의 생활에 오래 배어 있었다. 제사상 앞에서, 절집에서, 궁중에서 저마다 다른 향을 피웠다. 향은 그저 좋은 냄새가 아니라 예를 갖추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도구였다. 그래서 향 한 줄기는 지금도 기억과 전통을 함께 불러온다.

이번에 소개하는 세 브랜드는 향을 저마다 다른 형태에 담는다. 조선 왕실이 쓰던 향을 되살려 선향으로 말고, 백자와 원목에 향을 앉혀 오브제로 세우고, 달항아리를 닮은 그릇에 향을 채운다. 향도 그것을 담는 그릇도 전통에서 가져왔다. 보이지 않던 전통이 손에 잡히는 형태를 얻는 자리다.

01

왕실이 피우던 향을 되살리다 — 카라영의 전통 인센스

오진·한방 인센스·karayoung.kr

인센스를 피워 둔 거실에서 명상하는 모습
사상체질에 맞춘 카라영 인센스 네 종

조선 궁중에서 피우던 향이 있다. 침향과 백단, 감송향 같은 약재를 열 가지 넘게 넣어 만든 부용향이다. 카라영은 이 향을 되살려 오늘의 선향으로 만든다. 기업이 세운 한국전통향연구소에서 향을 지었다.

향은 체질에 따라 그 선택이 갈리기도 한다. 사상의학의 태양·태음·소양·소음 네 체질에 맞춘 사상인센스가 그렇다. 참숯을 넣어 연기를 줄인 블랙인센스는 실내를 염두에 뒀다. 한약재를 원료로 쓰고 유해 성분을 뺀 이 향들은 영국 비건 인증과 우수문화상품에 이름을 올렸고, 가짓수만 마흔이 넘기에 고르는 재미도 크다.

02

향이 다한 자리에 남는 달항아리 — 제로연구소의 다담

선우민·공간 방향제·@bossmate_zerolab

달항아리 방향제에 향 오일을 떨어뜨리는 모습
크기가 다른 백자 달항아리 방향제
협탁 위에 놓인 달항아리 방향제

제로연구소의 방향제는 백자 달항아리를 닮았다. 다담이라는 이름의 이 방향제는 향을 은은히 퍼뜨리다가, 향이 다하면 그대로 인테리어 오브제로 남는다. 다 쓰면 버리는 방향제와 갈리는 지점이다. 차 안이든 책상 위든, 향이 사라진 뒤에도 달항아리 하나가 오롯이 그 자리를 지킨다.

03

백자에 향을 앉히다 — 정오재의 발향 오브제 '여운'

윤정진·발향 오브제·jeong-o-jae.com

문화재를 조형물로 얹은 정오재 여운 오브제 다섯 종
원목 트레이에 놓인 여운 오브제와 발향 스틱

향을 꽂는 디퓨저와는 다르다. 정오재의 여운 시리즈는 도자기 안에 향을 담고, 함께 놓인 원목과 한지가 그 향을 머금어 천천히 내보낸다. 향이 확 퍼지고 마는 대신 오래 남도록 용기의 구조를 짠 것이다.

그릇과 장식에는 문화재가 입혀졌다. 까치와 호랑이를 그린 호작도, 갓 쓴 인물, 궁중을 상징하는 오조룡이 백자와 달항아리, 매병 위에 얹힌다. 향이 사라져도 오브제는 남아 공간의 장식이 된다. 개인의 방뿐 아니라 손님이 오래 머무는 호텔 라운지나 카페 같은 상업 공간에도 놓인다.

향은 그 자체로 손에 잡히지 않지만, 이들이 지은 그릇은 향이 다한 뒤에도 남아 공간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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