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ILD MAGAZINE

코리아빌드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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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CASE
오래 곁에 둘 것들의 자리 — 파르스 스테이(PARS STAY)
무엇을 오래 곁에 둘 것인가 — 소재를 삶으로 번역한 집
에디터 김시완, 정사은 자료 파르스
오래 곁에 둘 것들의 자리 — 파르스 스테이(PARS STAY)

수천 종의 하이엔드 소재를 ‘적용된 삶’으로 번역하는 집. 파르스가 사옥 8·9층에 지은 스테이와 레스토랑 죠야는, 무엇을 오래 곁에 둘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파르스 서울 사옥 8층. 문을 열면 쇼룸이라기보다 누군가의 집에 들어선 듯한 기척이 먼저 온다. 직각으로 부딪히는 모서리는 둥글게 다듬어져 있고, 벽은 유럽식 미장으로 결을 냈으며, 조명은 어디에도 광원을 드러내지 않은 채 낮게 깔린다. 소리는 얇은 커튼에 잦아들어 목소리가 울리지 않는다. 이곳의 이름은 스테이(STAY)다. 파르스의 최승민 대표는 그 이름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공간의 본질은 머묾에 있습니다. 사람을 머물게 하지 못하는 공간은 의미가 없어요.”

— 최승민 · 파르스 대표
흰 파사드에 PARS 사인이 붙은 파르스 서울 사옥 입구

서울 강남에 자리한 파르스 사옥. 이 건물 8·9층에 스테이와 죠야가 들어섰다.

© PARS

왜 ‘스테이’인가

파르스가 다루는 건축·인테리어 자재는 손에 꼽을 수 없게 많다. 그러나 마루 한 장, 타일 한 판을 늘어놓아 보여주는 방법은, 그 소재가 실제 우리들의 ‘집’과 ‘공간’에 들어왔을 때 만들어 낼 ‘다채로운 표정’을 보여줄 수 없다.

파르스 스테이는 바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지어졌다. 파르스가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아가페의 가구 브랜드 아가페까사(AGAPECASA)를 축에 두고 타일·바닥·수전·욕실을 하나의 거주 공간 안에 실제로 적용해 보인 장소다. 원룸 형태의 801호와 프라이빗한 소규모 주거공간을 연상케 하는 802호, 두 채의 레지던스가 그 무대다. 제품을 앞세워 “이게 우리 것”이라고 티 내는 공간이 아니라, 방문객이 편안히 머물다 가는 사이 소재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공간. 그것이 이 집의 첫 번째 원칙이었다.

노출 콘크리트 보와 큰 창, 원목 다이닝 테이블이 리빙과 키친을 잇는 스테이 802호

스테이 802호. 노출 콘크리트 보와 큰 창이 여는 개방감 속, 아가페까사 원목 다이닝 테이블이 리빙과 키친을 잇는다.

© PARS

소재가 내린 결정들

스테이의 밀도는 값비싼 자재의 목록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결정에서 온다.

창틀에는 트라버틴이 놓였다. 파르스는 원래 대리석을 취급하지 않는 회사다. 그럼에도 돌을 쓴 것은 타일로는 낼 수 없는 디테일 때문이었다. 대표는 한 달 반 동안 돌을 찾아 김해의 석재 공장까지 내려가 직접 샘플링을 했고, 국내에는 20mm 슬랩으로만 수입되는 천연석 두 장을 40mm로 접합한 뒤 모서리를 둥글게 굴렸다. 매스감을 위해서였다. “이건 인테리어 요소가 아니라 건축의 매스로 다가와야 한다”는 것이 그의 기준이었다.

빛은 전부 감췄다. 이 집에는 다운라이트가 단 하나도 없다. 조명은 100% 간접으로 풀었고, 화려한 샹들리에를 달자는 제안은 물렸다. “조명이 눈에 먼저 들어오면 주객이 전도됩니다. 공간이 나를 감싸야지, 내가 조명에 빨려 들어가면 편안함은 거기서 끝나요.” 광원은 깊이 숨기되 필요한 곳의 조도는 스팟으로 살렸다. 소리 역시 설계의 대상이었다. 원래의 블라인드 대신 아주 얇은 커튼을 찾아 실내의 잔향을 잡았다. 아무리 훌륭한 식당이라도 목이 쉬도록 떠들어야 하는 자리라면 이미 격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거실 바닥은 타일이 아니라 원목마루(ORIGINAL PARQUET)로 마감했다. 패브릭과 우드로 온기를 쌓기 위한 의도적 선택이었고, 여기 깔린 마루는 송은아트센터에서 헤르조그 & 드뫼롱과 함께 썼던 바로 그 제품의 잔여분이다. 억지로 채도를 덜어낸 라이트 워시의 오크가 만드는 편안함 — 대표가 이 집 전체에서 집요하게 좇은 단어는 ‘코지함’이었다.

라이트 워시 오크 마루 위 아가페까사 카발레토 셸빙이 놓인 802호 리빙

다운라이트 없이 100% 간접광으로 푼 802호 리빙. 라이트 워시 오크 마루 위로 아가페까사 카발레토 셸빙이 공간을 가른다.

© PARS

구조가 먼저다 — 안젤로 만자로티

이 집의 가구는 모두 이탈리아 건축의 거장 안젤로 만자로티(Angelo Mangiarotti, 1921–2012)가 남긴 디자인이다. 아가페까사가 재현해 온 ‘만자로티 컬렉션’은 그가 생전에 자신의 프로젝트를 위해 설계한 가구들을 되살린 것이다.

주목할 점은 그가 가구 디자이너가 아니라 건축가였다는 사실이다. 보통의 디자이너가 형태를 먼저 그리고 구조를 나중에 풀어낸다면, 만자로티는 정반대였다. 구조를 먼저 세우고 그 위에 형태를 입혔다. 그래서 그의 가구에는 나사나 클램프 같은 물리적 고정이 없다. 1971년 발표된 대리석 테이블 에로스(Eros)는 상판과 다리가 오직 중력으로 맞물려 구조를 완성하고, 세 다리로 서는 뜨레(Tre) 체어는 구조 자체가 곧 형태다. 캔틸레버를 얹은 테이블, 무한히 확장되는 카발레토(Cavalletto) 모듈까지, 단순해 보이는 사물의 다리와 이음매마다 건축가의 사고가 배어 있다. “건축은 수백 년, 천 년을 가야 하는 것”이라는 그의 철학이, 시간을 견디는 가구의 형태로 옮겨진 셈이다. 자재 회사인 파르스가 굳이 가구를 들인 이유도 여기 있다. 타임리스라는 한 단어에서 두 세계가 만난다.

상판과 다리가 나사 없이 맞물리는 아가페까사 마블 로우테이블

나사도 클램프도 없이 상판과 다리가 맞물리는 아가페까사 마블 로우테이블. 뒤편 트라버틴 선반의 브론즈 오브제가 결을 더한다.

© PARS

로쏘 레반토 마블 상판의 아가페까사 서재 테이블과 브라운 오크 체어

로쏘 레반토 마블 상판의 아가페까사 서재 테이블과 브라운 오크 체어. 백릿 사인이 브랜드의 자리를 조용히 알린다.

© PARS

온도를 만드는 것

소재가 공간의 골격을 만든다면, 온기는 그 안을 채우는 취향에서 비롯된다. 벽에 걸린 작품과 선반 위의 오브제는 모두 대표가 오랜 시간에 걸쳐 모아 온 개인 컬렉션이다. 힘 있는 형태를 좋아한다는 그의 취향대로, 이천수 작가의 도자가 공간의 중심을 잡고, 나무를 태워 에이징한 박홍구 작가의 오브제가 결을 더한다. 유러피안한 공간에 한국의 결과 오리엔탈의 정서를 들여야 비로소 편안해진다는 대표의 감각이 그 선택을 이끈다.

아치형 니치의 간접광이 도자 컬렉션을 감싸고 그린 마블 테이블과 흑백 회화가 놓인 방

아치형 니치의 간접광이 도자 컬렉션을 감싸고, 그린 알피 마블 테이블과 흑백 회화가 방에 리듬을 놓는다.

© PARS

색을 다루는 태도도 남다르다. 절제된 화면 위에 놓인 한 점의 블루, 품격 있게 풀어낸 골드의 감도처럼, 그는 잘 정리된 공간일수록 과감한 한 색이 오히려 격을 끌어올린다고 본다. 욕실마다 캐릭터를 달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느 방은 그린 베인이 흐르는 마블 타일과 골드로, 다른 방은 인더스트리얼한 금속 질감과 옛 유럽 소화전을 닮은 수전으로 — 절제된 본채와 대비되는 작은 장식들이 공간에 리듬을 만든다. 세면대를 굳이 리빙 쪽으로 끌어내 아트월처럼 다룬 것 역시, 라이프스타일은 오히려 욕실에 더 깊이 스며 있다는 그의 관점에서 비롯됐다.

칼라카타 에메랄드 마블로 감싼 802호 욕실, 백릿 거울과 원목 선반

그린 베인이 흐르는 레아의 칼라카타 에메랄드 마블로 감싼 802호 욕실. 백릿 거울과 원목 선반, 토토 변기가 절제된 장면을 완성한다.

© PARS

마이크로시멘트와 부식 강판, 붉은 판티니 수전이 있는 801호 게스트 욕실

801호 게스트 욕실. 마이크로시멘트와 부식 강판의 인더스트리얼한 질감 위로, 안토니오 루피의 거울과 옛 유럽 소화전을 닮은 판티니 수전이 붉은 포인트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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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으로 이어지는 머묾 — 9층, 죠야(Gioia)

머묾의 철학은 한 층 위에서 식탁으로 이어진다. 파르스 사옥 9층의 컨템포러리 이탈리안 레스토랑 죠야(Gioia)는, 스테이가 집의 언어로 말한 것을 식(食)의 언어로 옮긴 공간이다. 도심을 내려다보는 큰 창과 올리브가 자란 루프탑 테라스가 실내와 이어지고, 해가 기울면 벽을 타고 번지는 간접광이 저녁의 온도를 만든다.

폴딩도어로 실내와 이어지는 조야의 루프탑 테라스, 올리브나무 너머 해질녘 도심

폴딩도어로 실내와 하나가 되는 9층 죠야의 루프탑. 올리브나무 너머로 도심이 저물고, 벤트우드 라탄 체어와 채널 패브릭 뱅큇이 실내의 온기를 이어받는다.

© PARS

이곳에도 스테이와 같은 원칙이 흐른다. 소리를 다루는 방식이 먼저다. 벽을 따라 길게 두른 채널 텍스처의 패브릭 뱅큇은 앉는 자리이자, 잔향을 머금어 대화를 편안하게 붙드는 흡음 장치다. 빛 역시 방향을 먼저 계산했다. 천장을 가르는 다운라이트 대신 낮게 드리운 펜던트와 벽을 데우는 간접광으로 조도를 눌러, 목소리도 걸음도 자연스레 느려지는 아늑함을 만든다.

오렌지 채널 패브릭 뱅큇과 백자 오브제, 벤트우드 라탄 체어

채널 텍스처의 오렌지 패브릭 뱅큇과 선반 위 백자 오브제, 벤트우드 라탄 체어.

© PARS

그린 타일에 코랄 줄눈을 넣은 바 카운터와 황동 램프

라 피에트라의 그린 타일에 코랄 줄눈을 넣은 바 카운터와 벽면의 몰딩·오브제.

© PARS

값이 아니라 안목이 공간을 만든다는 파르스의 태도는 죠야에서 가장 선명하다. 벽을 수놓은 문양은 특별히 제작한 장식이 아니라, 미터 단위로 파는 기성 몰딩을 여러 디자인으로 조합해 짜 맞춘 것이다. 아치형 니치와 층층의 입면이 만드는 클래식한 리듬도 고가의 자재가 아닌 조합의 감각에서 나온 것이다.

카운터와 바, 화장실에는 파르스가 취급하는 마감재가 ‘디자인’으로 쓰였다. 바 카운터는 라 피에트라의 그린 톤 타일에 코랄빛 줄눈을 넣어 면 전체를 하나의 오브제로 만들었고, 화장실 역시 라 피에트라의 테라코타 패턴 타일로 벽과 상판을 감싼 뒤 블러시 톤의 CIELO 세면기와 원형 링 조명 거울을 얹어 작은 방 하나를 완결된 장면으로 바꿔 놓았다.

테라코타 패턴 타일과 블러시 톤 CIELO 세면기, 원형 링 조명 거울의 조야 화장실

라 피에트라의 테라코타 패턴 타일과 블러시 톤 CIELO 세면기, 원형 링 조명 거울의 죠야 화장실.

© PARS

이 방식은 스테이의 그것과 정확히 포개진다. 트라버틴을 접합해 매스를 세우고, 남은 마루로 온기를 깔고, 기성 몰딩을 엮어 벽을 완성하는 일. 무엇을 어떻게 쓸지 아는 안목 — 파르스가 말하는 하이엔드를, 죠야는 식탁 위에서 다시 증명한다.

안목이라는 자산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취향을 ‘아비투스(habitus)’라 불렀다. 개인이 자라 온 환경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몸에 밴 성향의 체계다. 부르디외에게 이 개념의 핵심은 방향이 하나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환경과 계급이 취향을 구조화하지만, 그렇게 형성된 취향은 다시 그가 앞으로 딛고 설 공간과 삶의 경로를 구조화한다. 취향은 결과이자 원인이며, 그래서 대를 이어 재생산된다.

수십 종의 오크 마루 샘플이 늘어선 파르스 원목마루 쇼룸

파르스가 다루는 원목마루 컬렉션. 수십 종의 오크 가운데 무엇을 고르느냐 — 그 선택의 기준이 곧 안목이다.

© PARS

석재 슬랩과 타일 샘플이 벽을 채운 파르스 자재 쇼룸

파르스 사옥의 자재 쇼룸. 벽을 채운 수백 장의 석재 슬랩과 타일이, 스테이에서 ‘적용된 삶’으로 번역되기 전 소재 그 자체의 얼굴이다.

© PARS

파르스가 지은 이 두 공간이 증명하려는 것이 정확히 이 순환이다. 좋은 경험이 좋은 취향을 만들고, 좋은 취향이 다시 좋은 공간을 만든다. 다만 부르디외에게 취향이 계급을 구별 짓는 표지였다면, 최승민이 겨누는 지점은 조금 다르다. 물려받은 자리를 지키는 표지가 아니라, 경험으로 쌓아 기꺼이 나누는 안목이다. “안목 자체를 공유하고 싶다”는 그의 말이, 이 두 공간이 ‘머묾’의 언어로 지어진 이유를 설명한다. 하이엔드란 더 비싼 자재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오래 곁에 둘 것을 가려내는 기준을 세우는 일 — 파르스 스테이와 죠야는 그 문장을 각각 집과 식탁으로 옮겨 적은 자리다.

파르스가 집과 식탁으로 옮겨 적은 이 기준은, 오는 8월 7일 코리아빌드 빌드콘써밋 무대에서 최승민 대표의 말로 이어진다. 취향이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이 다시 삶의 방식을 완성하는 과정 — 이 기사가 따라온 ‘아비투스’의 순환을, 그가 직접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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