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ILD MAGAZINE
코리아빌드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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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바닥은 원목마루인데, 주방부터는 바뀐다. 혹은, 원목마루로 마감한 주방 한쪽 싱크대 앞에 늘 발매트가 깔려 있다. 한국의 많은 집이 이런 모습이다.
이유는 하나, 물이다. 원목마루는 물에 약하다. 물이 스미면 색이 변하고 판이 뒤틀리며, 한번 상한 자리는 그 부분만 갈아 끼우기도 어렵다. 그래서 물을 자주 쓰는 주방이나 현관은 타일로 마감하거나 발매트를 깔아 방어한다. 물이 새면 바로 닦아내려는, 나름 합리적인 습관이다.
그런데 그 방어가 디자인을 해친다. 가구와 마감으로 집의 톤을 정성껏 맞춰 놓아도, 바닥재가 달라지고 발매트가 놓이는 순간 결은 흐트러진다. 이런 작은 어긋남이 몇 개만 모여도 공간은 산만해 보인다. 하이엔드 공간의 첫걸음이 '정돈'이라면, 발매트 한 장이 차지하는 자리는 생각보다 크다.
벨기에 마루 브랜드 퀵스텝(Quick-Step)이 국내에 선보이는 원목마루 라인 파켓(Parquet)은 바로 이 전제를 건드린다. 물에 약하다는 원목의 오랜 약점을 지워, 거실에서 주방까지 바닥을 하나로 잇겠다는 것이다.
원목의 격은 그대로, 예민함만 걷어냈다
원목마루는 오래 고급 바닥의 대명사였다. 발에 닿는 감촉과 나무 고유의 결은 다른 바닥재가 흉내 내기 어렵다. 대신 값이 높고 손이 많이 간다. 물과 습기에 약하고 흠집에 예민해서, 깔고 나면 늘 조심스레 모셔야 하는 바닥이었다. 그래서 시장의 조언은 대체로 한 목소리였다. 물을 자주 쓰는 곳이라면 원목은 접고, 물에 강한 다른 마루를 택하라는 것.
파켓은 그 조언에 정면에서 맞선다. 원목을 포기하는 대신, 원목에 물을 견디는 성능을 넣었다. 눈에 보이는 표면은 여전히 원목의 결이되, 물이 스미고 흠집이 나는 약점만 걷어낸 것이다. 퀵스텝은 이를 두고 "원목마루의 한계를 넘어선" 마루라고 표현한다.
퀵스텝 파켓 마루는 두 가지 타입으로 제작된다. 속을 고밀도 목질보드(HDF)로 채운 컬렉션과 고무나무(헤베아) 속재를 쓴 컬렉션 모두 주방과 욕실을 포함한 집 안 어디에나 깔 수 있다.
이를 통해 바뀌는 것은 바로 '바닥의 지위'다. 물이 튈까 조심하던 바닥이, 젖은 걸레로 닦아도 되고 얼룩을 겁내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된다. 무엇보다 주방 앞에서 멈추던 원목이라는 재료가, 문턱을 훌쩍 넘어 주방의 당당한 마감재가 된다. 타일과 발매트로 덮이던 자리가 사라지고, 거실에서 주방까지 같은 결의 바닥이 이어진다. 발매트가 놓일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 성능은 가장 혹독한 자리에서 시험받고 있다. 2020년 문을 연 그랜드 하얏트 제주 드림타워의 1,600여 객실 바닥이 이 원목마루다. 수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관리 기준이 까다로운 호텔은 바닥재에 가장 높은 내구성을 요구하는 공간이다. 신명마루는 개장 이후 이 바닥이 별다른 보수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 편안함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진다
표면이 원목인데 어떻게 물을 견딜까. 답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 겹에 있다. 원목마루가 만들어지고, 표면이 다듬어지고, 바닥에 놓이는 각 단계마다 물을 막는 장치가 하나씩 들어간다.
먼저 구조다. 파켓은 통나무를 통째로 켜낸 것이 아니라, 얇게 저민 원목을 안정적인 고무나무 위에 얹어 겹친 마루다. 겉은 얇은 원목이 맡고, 뒤틀림과 습기는 속을 채운 고밀도 보드나 고무나무가 버틴다. 잘 변하는 겉과 잘 변하지 않는 속을 겹쳐, 온도와 습도가 오르내려도 판이 크게 움직이지 않게 한 것이다.
다음은 표면이다. 파켓의 표면에는 물과 오염을 밀어내는 코팅이 입혀진다. 퀵스텝은 이 코팅 덕에 물이 최대 일흔두 시간 고여 있어도 표면이 상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미세한 습기가 스며들더라도 측면 역시 코팅 처리가 되어 있어 판의 모서리로 파고드는 것도 막아준다.
마지막은 시공이다. 원목마루에 물이 스미는 길은 대개 판과 판 사이 이음새다. 파켓은 접착제 없이 판을 끼워 맞추는 유니클릭(Uniclic) 방식으로 시공되는데, 이 결합부가 빈틈없이 맞물려 이음새로 물이 파고들 틈을 좁힌다. 접착제를 쓰지 않으니 시공이 빠르고, 물길도 함께 막힌다. 코팅이 표면과 측면을 보호하고 클릭이 프리텐션으로 이음새를 잡아주며, 물이 지나던 모든 길을 닫는 셈이다.
예순 해 나무를 다뤄온 회사, 이제 유해물질을 덜어낸다
이 기술들은 한 회사의 오랜 축적에서 나온다. 파켓을 만드는 곳은 벨기에의 유니린(Unilin)이다. 1960년 벨기에 서부에서 출발해 지금은 마루와 목재 패널, 단열재를 아우르는 건자재 회사로 자랐고, 2005년부터는 세계 최대 바닥재 기업인 미국 모헉(Mohawk) 그룹의 일원이다. 이 회사의 이름을 업계에 각인시킨 것이 유니클릭(Uniclic)이다. 접착제와 못 없이 마루를 끼워 맞추는 이 클릭 시공은 1997년 유니린이 특허를 낸 기술인데, 지금은 여러 경쟁사가 라이선스를 받아 쓸 만큼 바닥재 시공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남들이 빌려 쓰는 기술을 처음 만든 회사라는 사실이, 이 회사가 마루를 얼마나 오래 파고들었는지를 말해 준다.
파켓이 보여주는 편안함, 곧 원목의 결을 지키면서 물과 흠집을 이겨내는 성질도 그래서 갑자기 나온 묘수가 아니다. 나무를 고르고 저미고 붙이고 표면을 입히는 일을 예순 해 넘게 다뤄온 축적 위에서 나온 결과에 가깝다. 국내에는 이 유니린 퀵스텝을 신명마루가 독점 수입해 공급한다. 30년간 바닥재 유통과 시공에 전념해 온 회사다.
그 축적은 지금도 혁신을 멈추지 않는다. 마루의 방수·방오 성능은 오랫동안 불소계 화학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에 기대 왔다. 물과 기름을 밀어내는 성질 덕에 발수·오염방지 코팅에 널리 쓰였지만,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몸에 쌓인다는 문제로 유럽연합과 미국은 2025년부터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유니린은 이 규제를 앞질러, 과불화화합물 없이 물을 막는 코팅 배합을 개발했다. 방수라는 성능은 그대로 두고, 그 성능을 얻으려 쓰던 유해물질만 덜어낸 것이다.
덜어냄은 제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마루를 만드는 공정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탄소 배출을 줄여 왔다. 지금은 그룹 생산의 절반가량이 재생에너지로 돌아간다.
기술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발밑의 코팅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이음새가 얼마나 촘촘히 맞물렸는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차이는 물을 쏟았을 때, 몇 해가 지났을 때, 그리고 그 바닥이 놓인 공간의 공기에서 시간을 두고 서서히 드러난다.
정돈된 바닥이 하이엔드의 첫걸음이다
다시 발매트로 돌아가 보자. 파켓이 바꾸는 것은 결국 그 매트 한 장이 놓이던 자리다. 주방 문턱에서 바닥이 끊기지 않고, 물이 두렵지 않으니 발매트를 걷어도 되고, 거실에서 주방까지 같은 원목이 흐른다. 공간이 한 덩어리로 정돈된다.
정돈된 공간은 크기와 상관없이 고급스러워 보인다. 파켓의 '하이엔드'는 값비싼 나무 그 자체보다, 물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그 '정돈'을 되찾아 준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정돈이 유해물질을 덜어낸 기술 위에 서 있다는 것. 오래 곁에 두어도 변하지 않는 바닥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디자인과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이 함께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