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ILD MAGAZINE
코리아빌드 매거진
대한민국 건설·건축·인테리어의 현재와 미래를 담는 코리아빌드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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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를 고를 때 우리가 보는 것은 대개 무늬와 발에 닿는 감촉, 그리고 관리의 편의다. 나무의 색과 결을 고르고, 긁힘에 강한지 물에 잘 견디는지를 따진다. 선택의 기준은 대체로 완성된 바닥 위에서 끝난다.
정작 그 나무가 어느 숲에서, 얼마나 오래 자란 것인지는 잘 묻지 않는다. 원목마루의 값어치가 마감의 솜씨보다 원목 그 자체의 질에서 갈리는데도 그렇다.
이탈리아의 원목마루 브랜드 리스토네 조르다노(Listone Giordano)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하는 회사다. 좋은 바닥을 만드는 일을 숲과 땅, 그리고 건강하게 자란 나무와 이를 켜는 제재소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번 기사는 그 여정으로의 초대장이다.
숲에서 시작한다
조르다노가 쓰는 나무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오크다. 회사는 이 숲의 이야기를 원료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부르고뉴의 오크 숲은 1헥타르에 100만 그루에 이르는 촘촘한 밀도로 시작해, 약 2세기에 걸쳐 자라는 동안 가장 곧고 단단한 100그루만 남기고 솎아진다.
느리게 자란 나무는 나이테가 촘촘하다. 나이테가 촘촘하다는 것은 목재의 밀도가 높다는 뜻이고, 밀도가 높은 원목은 쉽게 뒤틀리지 않는다. 석회질 토양과 온화한 기후에서 오랜 시간 자란 부르고뉴 오크가 단단하고 균일한 것은 그 때문이다.
원목마루의 안정성과 내구가 완제품 공정보다 나무 자체에서 상당 부분 결정된다면, 어떤 나무를 쓰느냐가 첫 번째 관문이 된다. 조르다노가 원료의 출신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벌목·제재는 부르고뉴, 생산은 이탈리아
좋은 나무를 고르는 것과 그 나무를 직접 다루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많은 마루 회사가 목재나 반제품을 사들여 가공하지만, 조르다노는 그 앞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모회사인 마르가리텔리(Margaritelli)는 1962년부터 프랑스 폰테인(Fontaines)에 제재소를 직접 두고 운영해왔다. 이곳에서 다루는 원목은 연간 4만 세제곱미터, 그 90%가 오크이며, 제재소 반경 200킬로미터 안의 숲에서 온다. 벌목과 제재는 부르고뉴에서, 건조와 생산은 이탈리아 페루자의 공장에서 이뤄진다. 나무를 켜는 일부터 마루로 완성하는 일까지 한 회사의 손을 벗어나지 않는 셈이다.
이 구조의 정점에 한 사람이 있다. 1984년, 굴리엘모 조르다노 교수(Prof. Guglielmo Giordano)가 전통적인 원목 바닥재의 한계를 개선한 새로운 마루를 내놓았다. 피렌체대에서 목재공학을 가르친 그는 원목 상판 아래에 여러 겹의 지지층을 두어 뒤틀림을 줄이는 구조를 고안했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엔지니어드 마루의 한 형태다. 브랜드의 이름 ‘조르다노’가 이 교수에게서 왔다.
원료의 급이 표면에서 드러날 때
단단한 원료를 가졌다고 해서 곧 좋은 바닥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위에 어떤 표정을 입히느냐가 남는다.
조르다노는 매년 정상급 건축가·디자이너와 협업해 ‘내추럴 지니어스(Natural Genius)’ 컬렉션을 선보인다. 피에로 리소니(Piero Lissoni),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Patricia Urquiola), 미켈레 데 루키(Michele De Lucchi), 마크 새들러(Marc Sadler) 같은 이름들이 각각의 라인을 맡았다.
바닥의 패턴은 다루기 까다로운 영역이다. 무늬가 잘못 들어가면 공간이 좁아 보이고 시선이 어지러워진다. 그래서 대개의 바닥은 배경으로 물러나 있기를 택한다. 조르다노의 패턴은 그 반대편에서, 가구와 다른 마감재와 어우러지며 공간에 표정을 더하는 쪽을 노린다. 바탕이 얼굴을 대신하지 않으면서도, 그 바탕이 공간의 인상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한국이라는 시험대
한국은 원목마루에 가혹한 시장이다. 바닥난방을 쓰는 온돌 환경은 마루를 아래에서 데우고, 사계절의 큰 습도 변화는 나무를 늘렸다 줄인다. 이 과정에서 원목은 뒤틀리거나 틈이 벌어지고, 밟을 때 소리가 나기도 한다. 해외의 좋은 원목마루가 한국에 들어와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이유다.
조르다노는 이 조건에서 변형 없이 쓰여왔다. 앞서 본 원료의 질과 다층 구조가 함께 만든 결과다. 촘촘한 나이테로 밀도가 높은 원목은 습도 변화에 덜 민감하고, 여러 겹의 지지층은 바닥의 열과 습기를 견딘다.
그 결과 조르다노는 국내에서도 까다롭기로 이름난 고급 주거 현장에 반복해서 채택돼 왔다. 나인원 한남, 청담 르엘, 래미안 원베일리와 에테르노 청담 같은 단지가 그 예다. 어떤 바닥이 오래 살아남는지를 가장 깐깐하게 따지는 자리에서 같은 선택이 되풀이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검증을 통과한 증거다.
코리아빌드에서 만나는 것
조르다노가 국내 전시에 나서는 것은 14년 만이다. 이번 코리아빌드에서는 2026년 밀라노 살로네(Salone del Mobile)에서 처음 공개한 내추럴 지니어스 신제품 네 가지를 그대로 선보인다.
오페라 아페르타(Opera Aperta)는 건축가 피에트 분(Piet Boon)이 르네상스 건축의 아치와 석조 디테일에서 끌어낸 패턴이다. 트라메(Trame)는 패트릭 주앙(Patrick Jouin)이 세 개의 모듈로 설계해, 조합에 따라 벽과 바닥에 서로 다른 무늬를 만든다.


피본(Phibon)은 엠마누엘 가르가노(Emanuel Gargano)가 피보나치 수열과 황금비에서 착안한 것으로, 코르크를 섞은 구조에 차음 기능을 더했다. 슈퍼노바(Supernova)는 피에트로 올리오소(Pietro Olioso)가 별의 폭발을 꽃의 형상으로 옮긴 디자인이다.
여기에 그동안의 내추럴 지니어스 대표 컬렉션이 함께 놓인다. 이 모든 것이 8월, 코리아빌드에서 펼쳐진다.
급은 통제에서 온다
숲에서 나무를 고르는 일부터 바닥의 표정을 짓는 일까지, 그 모든 단계를 한 회사가 쥐고 있다는 것. 리스토네 조르다노가 다른 원목마루와 차별되는 지점은 결국 여기서 시작된다. 원료의 출신을 알 수 있는 것도, 완제품이 오래 안정적인 것도, 바닥이 공간의 표정이 되는 것도 그 통제에서 나온다.
좋은 바닥은 나무를 켜기 전에 이미 결정된다는 말은, 그런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