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ILD MAGAZINE
코리아빌드 매거진
대한민국 건설·건축·인테리어의 현재와 미래를 담는 코리아빌드 매거진.
분야별 최신 트렌드부터 주목할 브랜드, 전문가 인사이트까지 산업의 모든 이야기를 전합니다.
조명은 오랫동안 켜고 끄는 일이었다. 스위치를 올리면 불이 들어오고 내리면 꺼졌다. 오랫동안 그 단순함이 조명의 전부였다.
지금은 다르다. 천장의 조명은 사람이 있는지를 감지하고, 바깥의 햇빛에 맞춰 밝기를 바꾸며, 쓰인 에너지를 기록한다. 화재를 알리고, 도시의 가로등이 한자리에서 관리되기도 한다. 빛을 내는 일에서 출발한 조명이 어느새 제어와 데이터, 안전으로 영역을 넓혀 왔다.
이 변화는 특정 회사의 주장이 아니다. 조명을 하나하나 디지털로 조절하는 DALI, 건물 설비를 하나로 묶는 KNX 같은 국제 표준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사람이 있을 때만 켜지고 바깥 햇빛에 맞춰 밝기를 낮추는 제어는 이미 상업 건물이 에너지 기준을 맞추는 기본 항목이 됐고, 도시로 나가면 가로등을 한곳에서 관리하는 스마트 가로조명이 여러 지자체 사업으로 들어와 있다. 빛이 켜고 끄는 물건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설비로 옮겨가는 흐름은, 이미 표준과 제도의 층위에서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조명을 들이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도 달라진다. 좋은 제품 하나가 아니라, 이 확장을 통째로 감당할 파트너다. 부품과 등기구에서 제어 시스템으로, 다시 스마트시티와 화재안전으로 이어지는 흩어진 조각을 골라 엮어 하나로 만들 수 있는 회사. 오는 코리아빌드에 부스를 여는 SHC코퍼레이션즈가 선 자리가 바로 여기다.
빛에서 시스템까지, 한 회사가 다룬다
SHC코퍼레이션즈는 스스로를 조명 회사라 부르지 않는다. 회사가 내세우는 정의는 "기술과 엔지니어링, 사람의 행동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치를 설계하고 전달하는 기술 솔루션 기업"이다. 다루는 영역도 조명 하나에 머물지 않는다. 조명, 스마트시티와 빌딩, 에너지와 환경, 화재·생명안전 — 네 갈래가 이 회사의 사업축이다.
언뜻 서로 먼 분야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다. 출발점은 조명이다. 빛을 내는 부품과 등기구에서 시작해, 그 빛을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제어로, 다시 건물과 도시 전체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그리고 사람의 안전을 지키는 영역으로 확장된다. 조명을 인프라의 입구로 삼아 그 위에 하나씩 층을 올리는 구조다. 회사가 스마트빌딩과 스마트시티, 스마트병원과 스마트캠퍼스를 적용처로 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명이 이 자리를 맡는 데는 까닭이 있다. 조명은 건물에서 가장 촘촘하게, 사람 가까이 깔리는 설비다. 등기구마다 전기가 오가는 그 망에 감지와 제어를 얹으면, 공간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읽어 스스로 반응하게 만들 수 있다. 사람이 없으면 끄고 자연광이 들면 낮추는 것만으로 조명 전력이 줄고, 냉난방·블라인드·화재감지까지 같은 신호로 묶으면 조명망은 건물을 관리하는 신경망이 된다. 에너지 규제가 조여 오고 운영비와 탄소를 함께 따지는 지금, 이 방식이 고급 현장부터 표준으로 자리 잡는 이유다.
조명 기둥 하나에 조명과 카메라, 센서가 함께 오른다. 빛이 켜고 끄는 물건에서 데이터를 다루는 설비로 넘어가는 장면이다.
이 확장의 한복판에는 조명을 무선으로 잇고 다루는 제어 기술이 있다. SHC는 이 기술을 직접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대신 각 분야에서 이미 검증된 브랜드를 골라 들여온다. 100년 넘게 조명 부품을 만들어 온 독일 보슬로-스와베(Vossloh-Schwabe), 블루투스 메시 표준을 설계한 실베어(Silvair)처럼 세계 시장에서 상위권으로 꼽히는 이름들이다. 중요한 것은 SHC가 이들을 낱개로 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클라이언트의 현장과 필요에 맞춰 여러 브랜드를 하나의 솔루션으로 조합하고 설계하는 것, 그것이 이 회사가 파는 진짜 상품이다. 조명이 '지금'에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SHC는 기술을 소유해서가 아니라 최고를 골라 엮는 방식으로 감당한다.
세계의 전문가를 골라 온다
SHC의 포트폴리오에는 열두 개의 브랜드가 있다. 그러나 이 회사의 힘은 브랜드의 숫자가 아니라, 그 하나하나가 자기 분야에서 이미 정상급이라는 데 있다.
여기에 SHC 자체 브랜드를 더해 모두 열두 곳. 한 브랜드가 여러 분야에 걸치기도 하며, 위 구분은 대표 영역을 기준으로 한다.

서울숲 갤러리아 포레. 고급 주거 단지의 조명을 맡았다.

63 컨벤션센터. 대규모 행사 공간의 조명을 다뤘다.
부품을 맡는 보슬로-스와베가 대표적이다. 앞서 언급한 이 독일 회사는 100년 넘게 조명 부품을 만들어 온, 이 분야의 오래된 기준 같은 곳이다. 이 글 첫머리의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밤이면 유리 외피를 따라 푸른 빛이 흐르는 그 파사드 조명이 바로 보슬로-스와베의 라이팅솔루션이다. 등기구의 노르웨이 SG는 자국 등기구 시장의 큰 몫을 차지하는 북유럽의 대표 제조사다. 경관과 가로조명으로 가면 프랑스 라그니(Ragni)가 있다. 1927년부터 4대째 이어 온 공공조명의 명가로, 60개국이 넘는 나라에 조명을 대고 프랑스 정부가 지정하는 '살아있는 유산 기업'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소프트웨어 제어 영역의 실베어 역시 앞서 짚었듯 블루투스 메시라는 국제 표준을 직접 설계한 회사다. 이름만 놓고 보면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저마다 자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힌다는 것이다.
이런 브랜드를 알아보고 모으는 데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리고 안목만으로는 부족하다. SHC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를 국내에 독점으로 들여오고, 몇몇은 아시아 시장 전체를 맡는 총괄 파트너이기도 하다. 보슬로-스와베와 SG는 한국에서 SHC를 통해야 닿고, 라그니는 아시아 시장에서 그렇다. 국내의 건축가나 시공사가 이 브랜드를 쓰려면 사실상 SHC가 유일한 창구인 셈이다.
결국 SHC의 포트폴리오는 여러 제품을 모아 둔 카탈로그가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를 한자리에 부른 명단에 가깝다. 그리고 이 명단이 있기에, 조명이 어느 방향으로 확장되든 SHC는 거기에 맞는 전문가를 꺼내어 조합할 수 있다.
흩어진 것을 하나로 엮는 일
좋은 브랜드를 여럿 갖춘 것과, 그것들을 하나의 현장에서 매끄럽게 맞물리게 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조명 프로젝트에서 진짜 어려움은 대개 후자에서 생긴다.
건물 하나를 짓는다고 해보자. 부품은 이 회사, 등기구는 저 회사, 제어 시스템은 또 다른 회사에서 들여오면, 그다음은 그것들을 서로 맞추는 몫이 고스란히 발주자와 시공사에게 남는다. 규격이 어긋나고, 일정이 엇갈리고, 하자가 생겼을 때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 가리는 일까지 — 여러 창구를 상대하는 부담은 생각보다 크다. SHC의 통합 공급은 이 부담을 덜어 준다. 부품에서 등기구, 제어, 나아가 스마트시티와 화재안전까지 한 창구에서 설계하고 공급하므로, 클라이언트는 여러 회사를 조율하는 대신 한 파트너와 이야기하면 된다.
이점은 시공 이후에 더 뚜렷해진다. 조명이 제어와 데이터로 이어지는 시스템일수록,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한곳에서 짚어 줄 상대가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부품과 제어가 다른 회사 소관이면 책임이 흩어지지만, 처음부터 하나로 설계됐다면 사후 대응도 한 줄로 이어진다. 수십 년을 쓰는 건물에서 이 차이는 작지 않다.
온(ON) 러닝 매장. 매장 전체의 조명을 하나로 묶어 다루는 통합 관리 시스템이 적용됐다.
무엇보다 이 통합은 정해진 패키지를 파는 방식이 아니다. 같은 브랜드를 갖추고도 현장마다 다른 답이 나오는 것은, 공간의 쓰임과 예산, 관리 방식에 맞춰 조합을 새로 짜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전문가 명단'이 의미를 갖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명단이 넓을수록 현장에 꼭 맞는 조합을 꺼내기 쉽고, 그 조합을 하나로 설계해 넘기는 것이 SHC가 하는 일이다.
이미 해본 일
실적은 흔히 자랑의 언어로 쓰인다. 그러나 SHC의 프로젝트 목록에서 눈여겨볼 것은 이름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목록이 앞의 이야기를 실제로 증명하는가다. 특히 조명이 제어와 시스템으로 넘어간다는 이 회사의 주장은, 말이 아니라 이미 시공한 현장으로 뒷받침될 때 설득력을 얻는다.

위례 트램 정거장. 프랑스 라그니(Ragni)의 폴 형태 조명이 놓였다.

정거장을 따라 늘어선 라그니 조명. 도시 기반시설에 조명을 더한 스마트시티 사례다.
동탄 스카이라이트파크에는 조명을 달아 놓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조명을 한자리에서 관리하는 조명관리시스템(LMS)을 함께 넣었다. 서울의 구글 L23 오피스에는 노르웨이 SG의 등기구와 DALI 제어 시스템을 시공했다. DALI는 조명을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조절하고 관리하는 국제 표준 제어 방식으로, 켜고 끄는 일을 넘어 공간을 세밀하게 다루게 해준다. 새로 짓는 위례 트램 정거장에는 프랑스 라그니의 폴 형태 조명이 놓였는데, 도시의 기반시설에 조명을 더하는 스마트시티 영역의 사례다. 세 현장은 하나같이, SHC가 말하는 '다음'이 계획이 아니라 이미 수행한 일임을 보여준다.
코오롱 마곡 사옥. 오피스 공간의 조명을 맡았다.
폭과 규모에서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의 롯데센터 하노이처럼 해외 랜드마크를 맡았고, 서울숲 갤러리아 포레 같은 주거 공간을 다뤘다. 네이버 1784와 펍지(PUBG)의 사옥처럼 성격이 다른 오피스가 있는가 하면, 부산 파라다이스처럼 호텔·리조트도, 스위스 러닝 브랜드 온(ON)의 국내 매장 전체처럼 리테일 공간도 있다. 용도가 저마다 다른 이 현장들은 정해진 제품을 반복해 넣은 결과가 아니라, 공간마다 다른 브랜드를 다르게 조합했기에 가능한 목록이다.
결국 이 목록이 말하는 것은 하나다. SHC는 앞으로 잘하겠다고 약속하는 회사가 아니라, 조명에서 제어와 시스템까지 이미 여러 차례 해본 회사라는 것. '미래 대응력'이라는 말이 공허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세계백화점. 리테일 공간의 조명을 맡았다.
물건이 아니라, 전환을 판다
좋은 조명을 고르는 일과, 조명이 만들어 갈 다음을 준비하는 일은 다르다. 세계 각지의 전문 브랜드를 골라 들여오고, 그것들을 현장에 맞게 엮어 하나의 솔루션으로 완성하는 일 — SHC코퍼레이션즈가 파는 것은 결국 후자다. 조명이 제품에서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지금, 이 회사의 자리는 물건을 파는 쪽이 아니라 그 전환을 설계하는 쪽에 있다.
빛은 이제 켜고 끄는 물건이 아니라 감지하고 반응하고 기록하는 설비가 되어간다. 그 전환을 통째로 설계해 넘기는 일 — SHC코퍼레이션즈가 서 있는 자리이자, 이번 코리아빌드에서 한자리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