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ILD MAGAZINE
코리아빌드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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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은 가장 오래된 마감 재료다. 사람이 벽을 세우기 시작한 때부터, 흙을 개어 표면을 발랐다. 토로(TORO)는 그 오래된 재료를 다시 지금의 공간으로 들인다. 흙과 천연 광물, 허브를 물에 개어 벽에 바르면 두 가지가 한꺼번에 따라온다. 눈에 보이는 표면 — 손끝에 닿는 결과 색과 무늬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 머금고 내뱉으며 조용히 숨 쉬는 벽이다. 토로의 일은 결국 이 둘을 한 겹에 담는 것이다.
표면을 디자인하다
미장은 보통 눈에 띄지 않는 일이다. 타일을 붙이거나 도배를 하기 전, 벽을 평평하게 고르는 밑작업으로 여겨진다. 토로는 그 미장을 맨 마지막에 둔다. 바르고 굳히고 다듬은 그 면이, 더 덮을 것 없는 마감이 된다. 같은 반죽이라도 흙손을 어떻게 놀리느냐에 따라 면은 매끄러워지기도, 거칠게 일어서기도 한다. 손이 닿는 만큼 표면이 달라지는 셈이다.
유럽미장
먼저 유럽미장이다. 라임(석회)을 묽게 개어 얇게 여러 겹 올리는 유럽식 기법으로, 마르고 나면 돌처럼 단단해진다. 매끈하게 문지른 면은 빛을 받을 때마다 깊이가 달라 보인다.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배경처럼 물러서서 공간 전체의 온도를 정하는 쪽에 가깝다.
토로는 이 유럽미장을 「클레이데코(CLAY DECO)」라는 이름으로 내놓는다. 라임을 주재료로 해 물성이 단단하고, 실내 벽은 물론 욕실이나 바깥벽까지 두루 견딘다. 최근에는 「토브(TOV)」를 더했다. 흙손으로 펴 바르던 유럽미장을 붓으로 칠하듯 쓸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손에 익지 않으면 까다로운 미장을, 페인트만큼 다루기 쉽게 푼 셈이다.

유럽미장으로 마감한 벽과 아치. 매끄러운 면이 빛을 받아 깊이를 낸다.
자료 · 토로

라임을 얇게 발라 올린 회색 유럽미장 벽.
자료 · 토로
암석미장
돌의 표정을 그대로 벽에 옮기는 미장도 있다. 결을 거칠게 살리면 자연석을 잘라 붙인 듯한 면이 나온다. 매끈한 유럽미장과는 정반대 자리에 선다.
이런 면은 공간에 무게를 준다. 거실 한 벽이나 침실 머리맡처럼 시선이 오래 머무는 자리에 쓰면, 방 전체가 그 벽을 중심으로 가라앉는다. 한옥의 결을 살린 실내에서는 짙은 미장 벽이 원목과 만나 한층 묵직해진다.

한옥의 결을 살린 실내. 짙은 암석미장 벽이 원목과 어울린다.
자료 · 토로

침실 머리맡을 채운 암석미장. 거친 결이 방의 무게중심이 된다.
자료 · 토로
보나토스톤
암석미장을 한 단계 더 밀어붙인 것이 「보나토(BONATO)」다. 3센티미터가 넘는 두께로 발라, 음각과 양각을 자유롭게 새길 수 있다. 다듬지 않은 바위의 거친 표정을 큰 벽면 하나에 통째로 펼치는 식이다. 백토와 천연 라임을 주재료로 쓰고, 휘발성 유기화합물 같은 화학 성분은 넣지 않는다. 보기엔 가장 거칠지만 속은 가장 순한 마감인 셈이다.

보나토로 마감한 사무공간 벽. 3센티미터 음·양각이 바위 표면을 옮겨 놓았다.
자료 · 토로
휴에이드
토로가 가장 아끼는 표면은 따로 있다. 물이 흐르는 듯한 결이 가로로 길게 이어지는 휴에이드다. 토로가 오래 다듬어 온 고유한 무늬로, 지층이나 물결처럼 벽을 감싼다. 로비나 계단실처럼 벽이 길고 시선이 멀리 닿는 자리에서 특히 살아난다. 멈춰 서서 들여다보면, 어느 한 군데도 같은 결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휴에이드 패턴을 적용한 로비 벽. 물결 같은 결이 긴 벽면을 감싼다.
자료 · 토로

계단을 따라 흐르는 휴에이드. 흰 결이 위로 이어진다.
자료 · 토로
숨 쉬는 벽
표면이 흙의 첫 번째 얼굴이라면, 두 번째 얼굴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흙으로 바른 벽은 다 마른 뒤에도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 표면 아래 수많은 작은 구멍이, 공기와 습기가 드나드는 길로 남는다. 장마철처럼 공기가 무거운 날에는 벽이 습기를 빨아들이고, 난방으로 바싹 마른 겨울밤에는 머금었던 물기를 조금씩 내준다. 사람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벽이 방의 공기를 고르는 것이다. 오래된 흙집에 들어설 때 공기가 어딘가 다르다고 느끼는 까닭이 여기 있다.
이 보이지 않는 일은 벽을 무엇으로 발랐느냐에 달려 있다. 토로의 제품 가운데는 바로 이 기능을 앞세운 것들이 있다. 「허브소일(HERBSOIL)」은 흙에 허브와 약재를 통째로 갈아 넣은 가루다. 물에 개어 바르면, 마르면서 천연 재료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배어 나온다. 화학 용제로 굳히는 액상 페인트와는 시작부터 다른 길이다. 「카올리나(CAOLINA)」는 여기에 편백나무 가루를 더했다. 편백이 품은 향과 결이 그대로 방 안으로 따라 들어온다.
새로 짓거나 고친 집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 눈이 따갑고 머리가 무거워지는 그 공기를 떠올려 보면 차이는 분명해진다. 대개 화학 마감재에서 나오는 휘발성 물질이 원인이다. 토로의 미장재는 이런 성분 없이 황토와 백토, 라임, 편백, 숯 같은 천연 재료만으로 반죽한다. 그래서 갓 시공한 방에서도 자극이 덜하다. 집을 넘어 병원이나 전시장처럼 사람이 오래 머무는 공간에서 흙 마감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