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ILD MAGAZINE
코리아빌드 매거진
대한민국 건설·건축·인테리어의 현재와 미래를 담는 코리아빌드 매거진.
분야별 최신 트렌드부터 주목할 브랜드, 전문가 인사이트까지 산업의 모든 이야기를 전합니다.
글로벌 공급망에 속한 기업이라면 '탄소 배출 보고'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제품을 생산해 수출할 때 ESG 경영 공시나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외국오염수수료법(FPFA) 같은 수출 규제에 대응하려면, 기업이 내뿜는 온실가스(GHG)의 양을 문서로 입증해야 한다. 해마다 비용을 치르는 컨설팅이나 대규모 서류 작업이던 이 일이 이제 하나의 통합 솔루션으로 풀린다. 리빗의 '탄솔루션'이다.
탄소 배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본사와 지사, 수십 개 현장에서 저마다 다른 양식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자료를 하나로 모으고, 양식을 통일하고, 배출량을 산정하는 일이 줄줄이 이어진다. 건설업은 더 까다롭다. 건물이 완공되는 순간 관리 주체가 시공사에서 운영사로 넘어가면서, 탄소 배출 데이터의 끈마저 끊기기 때문이다.
숫자를 하나로 묶는 '체계'
리빗의 답은 흩어진 과정을 하나로 묶는 것이었다. 탄솔루션은 현장이 활동자료를 올리면 배출계수가 자동으로 매겨지고, 배출량이 산정돼 보고서까지 따라 나온다. 인공지능으로 관리를 효율화하고 감축 실적을 수익으로 잇도록 돕는 일종의 '탄소 회계 솔루션'이다.
사업장 현황을 파악해 관리자를 지정하고, 반복 입력을 자동화한다. '고정연소·이동연소' 같은 전문 용어는 '건물 또는 공장', '회사 소유 차량'처럼 쉬운 말로 풀어 입력하게 해, 온실가스 산정이 처음인 실무자도 따라올 수 있다. 배출 범위를 가르는 스코프 1·2·3에 맞춰 기업이 필요한 수준을 설정하고, 그 단계에 맞는 보고서를 자동으로 산출해 과도한 서류 작업을 덜어 준다.
호반건설 사업장에 적용된 탄솔루션 화면. 본사·지사·현장의 배출량을 한자리에서 관리한다.
자료 · 리빗
리빗과 호반의 조우
리빗이 호반건설과 일한 것은 2023년부터다. 사업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 국토교통부에 보고하는 업무를 맡아 왔다. 호반과 오래, 넓게 발을 맞춰 온 회사다. 2025년 호반혁신기술공모전에서 수상한 뒤로는 본사 데이터까지 관리하게 됐다. 건설현장의 실제 데이터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겪으며, 건설업 특성에 맞는 탄소 관리 솔루션을 다듬어 갔다. 본사부터 말단 현장까지 배출 자료가 어떻게 흐르고 어디서 막히는지, 담당자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를 가까이서 들여다본 결과다.
감축·절감 수치는 리빗 제공 기준
탄소 데이터 관리가 규제 대응을 넘어 비용 절감과 새로운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길 — 탄솔루션이 그 첫걸음을 돕는다.
이정민
㈜리빗 대표이사
미국 UC버클리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테슬라(Tesla) 기가팩토리 엔지니어와 LG전자 소프트웨어연구소를 거치며 제조 현장의 데이터를 다뤄 왔다. 2022년 리빗을 세워 흩어진 건설 탄소 데이터를 산정·보고까지 하나로 잇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자문위원을 겸한다.
tanso.life →건설 현장을 접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요.
현장별 배출 데이터가 매우 분산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본사, 지사, 수십 개 현장에서 전기·연료·장비 사용 자료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었고, 보고 시점이 되면 담당자가 엑셀과 증빙자료를 일일이 가공·취합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건물이 완공되어 시공사에서 운영사로 관리 주체가 넘어가면 데이터 수집도 쉽지 않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탄소배출 관리는 컨설팅만으로는 반복 가능한 해법이 되기 어렵고, 현장 데이터를 정형화해 산정·보고까지 연결하는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 건설 분야에 들어왔을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요.
건설업의 배출 데이터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장마다 양식과 관리 방식이 달랐고, 담당자 입장에서는 온실가스 산정 자체도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도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현장 자료의 흐름을 하나씩 구조화하고 복잡한 규제 기준을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시각화로 바꿔, 입력·검증·보고 프로세스로 만들며 풀어 갔습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ESG 공시 의무화가 맞물립니다. 앞으로 1~2년, 가장 큰 변화가 올 영역은 어디라고 보십니까.
가장 먼저 변화가 올 영역은 자재 공급망과 건축물 사용 단계라고 봅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와 ESG 공시가 맞물리면 시멘트, 철강, 단열재 등 주요 자재의 내재배출량 데이터 제출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동시에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이 강화되면서, 시공사는 건물을 짓는 순간뿐 아니라 완공 후 에너지 사용까지 관리해야 합니다.
결국 건설사는 '얼마나 잘 지었는가'뿐 아니라 '얼마나 적은 탄소로 짓고 운영되는가'를 데이터로 증명해야 하는 시대로 가게 될 것입니다.
경산 본사와 판교 연구소에서 일하는 리빗 구성원.
자료 · 리빗
건설·건축 분야 창업을 고민하는 후배에게 한마디 한다면.
건설·건축 분야의 문제는 책상 위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현장에 들어가 반복되는 불편을 직접 보고, 그들의 언어로 문제를 정의할 수 있다면 충분히 풀어 볼 만한 시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