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ILD MAGAZINE

코리아빌드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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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사람이 빠뜨린 항목을 기계가 잡아낸다
10시간 걸리던 적산을 20분으로, 포비콘
에디터 강동엽, 정사은 자료 포비콘
사람이 빠뜨린 항목을 기계가 잡아낸다

적산은 도면을 보고 공사에 들어갈 자재와 물량을 계산하는 일이다. 건물 한 채를 지으려면 벽돌이 몇 장, 콘크리트가 몇 세제곱미터 드는지 미리 따져야 견적이 나온다. 2024년 문을 연 포비콘은 그 일을 인공지능에 맡긴다.

포비콘 핵심 기술 — 설계 원본 도면을 객체 단위로 인식

포비콘은 도면을 이미지로 변환하지 않고 설계 원본(DWG)의 선·해치·문자·도면층을 객체 단위로 인식한다.

자료 · 포비콘

도면은 그림인가, 데이터인가

적산 자동화를 내건 회사가 포비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갈림길은 도면을 어떻게 읽느냐에 있다. 많은 경쟁사는 도면을 이미지로 바꿔 분석한다. 사람이 눈으로 보듯, 픽셀 속에서 선과 글자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포비콘은 설계 원본 파일(DWG)을 직접 연다. 선·해치·문자·도면층을 객체 단위로 읽어 들이기 때문에, 벽 하나가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나는지를 추정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온다. 도면을 그림으로 보면 근사치가 나오고, 원본 데이터로 읽으면 설계 그 자체가 나온다. 여기에 2만 장이 넘는 실무 도면을 가공한 100만 건 이상의 학습 데이터를 더해 적산에 특화된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었다.

원본을 그대로 읽은 효과는 속도만이 아니었다. 도입한 곳들이 가장 놀란 대목은 정밀도였다. 오토적산이 사람이 산출서에서 빠뜨린 항목까지 거꾸로 잡아낸 것이다. 정확도 1%의 오차가 곧 손실로 이어지는 분야에서, 이 한마디는 가볍지 않다.

20
열 시간 걸리던 적산이
포스코이앤씨 현장 검증
99.9%
밀리미터 단위 정확도
수작업 대비
65건+
쌓아 온 실제 도면
30개 현장
지하주차장 부재별 골조 물량 자동 산출 화면

지하주차장 도면에서 기둥·보 등 부재별 골조 물량을 자동으로 산출한 화면.

자료 · 포비콘

같은 도면에서 기둥과 보를 객체 단위로 인식한 화면. 부재를 가려내야 물량이 나온다.

자료 · 포비콘

데이터를 쌓으며 인공지능을 키워갔다

기술만으로 시장이 열리지는 않았다. 보수적인 건설업에서는 기술력보다 "어디에 납품했는지"가 먼저 검증돼야 다음 미팅이 잡힌다. 첫 고객을 뚫기까지 벽이 높았다는 뜻이다. 포비콘은 순서를 뒤집었다. 완성된 제품을 파는 대신 적산 대행 서비스를 먼저 운영하며 30개 현장, 65건이 넘는 실제 도면을 손에 쥐었다. 기술을 먼저 판 게 아니라, 도면을 먼저 쌓고 그 위에서 인공지능을 키웠다. 포스코이앤씨를 시작으로 대형 건설사 레퍼런스를 차근차근 확보하며 신뢰의 사다리를 만들어 갔다.

포비콘은 2025년 호반혁신기술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수상 뒤 호반건설의 현장에 투입돼 개념검증(PoC)을 진행 중이며, PL창호 인식·초기 공종 물량 산출 등 기능 개발을 함께 하고 있다. 자체 검증에서 물량 산출 정확도 95% 이상, 적산 소요 시간 10분의 1 단축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 모태펀드로부터 후속 투자(Pre-A)를 유치하며 산업 안에서 자리를 단단히 다져 가는 중이다.

인터뷰

송중석

포비콘 대표이사

건설 도면 분석의 비효율을 인공지능으로 푸는 포비콘을 2024년 세웠다. 고영테크놀러지 머신비전연구소에서 영상 인식 기술(비전 AI)을 다루다, 한 공종 적산에 4주가 걸린다는 현장 이야기를 듣고 '2D 도면도 결국 이미지 한 장'이라는 데서 출발했다. 한양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공학박사.

fobecon.co.kr →

건설이 전공도 아니셨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발견하셨나요.

이전 직장에서 비전 AI로 머신비전, 무인매장, 패션 도메인을 다뤘습니다. 그러던 중 건설업에 있는 지인에게서 "벽돌 공사 하나 적산하는 데 디지털 자로 도면 위 수백 개 벽의 길이·높이를 일일이 재고, 산출식을 수만 줄 손으로 적느라 4주가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직접 도면을 받아 보니 정말로 한 공종당 250만 원 이상을 들여 사람이 자를 대고 있었습니다.

"2D CAD 도면도 결국 이미지 한 장 아닌가." 그 생각에 CTO와 휴일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벽 면적 자동 산출을 돌려 봤습니다. 수만 번 반복하던 작업이 단 몇 분 만에 끝나더군요. 그 장면이 포비콘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밀리미터 단위 오차가 곧 손실로 이어지는 분야입니다. 정밀도를 어떻게 확보하셨고, 도입사들이 가장 놀라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핵심은 DWG 원본 데이터를 직접 처리하는 기술 구조입니다. 경쟁사들이 도면을 이미지로 변환해 분석하는 것과 달리, 저희는 DWG 원본의 선·해치·텍스트·도면층을 통합 분석해 객체 단위로 인식합니다. 여기에 2만 장 이상의 실무 도면을 가공한 100만 개 이상의 학습 데이터로 적산에 특화된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도입 고객이 가장 놀라는 지점은 속도와 정밀도가 동시에 잡힌다는 점입니다. 포스코이앤씨에서는 기존 10시간 걸리던 적산을 20분으로 단축하면서 밀리미터 단위 비교 시 정확도 99.9%를 검증했고, BS한양에서는 단위세대 평면도를 넣자 2분 만에 150여 개 마감 품목의 물량이 산출됐습니다. 특히 오토적산 결과가 오히려 수작업 산출서의 누락 항목을 잡아내면서, "사람보다 더 정밀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적산 자동화가 시공사·건축사의 일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달라지고 있나요.

적산 자동화는 단순히 '시간을 줄이는 도구'에서, 견적 정확도와 의사결정 속도를 동시에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종합건설사는 과거 2주 내 입찰 마감 때문에 데이터 기반 유추 견적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도면을 받자마자 원가에 근접한 정밀 견적을 산출해 낙찰 성공률을 높이는 입찰 전략 도구로 활용합니다.

건축사무소는 외주 의존도를 낮춰 적산 비용을 절감하고, 전문건설사는 산출내역서와 도면의 오류를 자체 검증해 잘못된 기성청구로 인한 손실을 막습니다. 또한 정밀 물량 데이터는 자재 발주 최적화와 설계변경 영향 분석을 가능하게 해, 공사비 분쟁·클레임 감소와 원가 관리 안정화라는 2차 효과로 이어집니다.

판교에 자리한 포비콘 구성원. 적산 대행으로 도면을 쌓던 시기를 함께 지나 왔다.

자료 · 포비콘

건설·건축 분야 창업을 고민하는 후배 창업자에게 한마디 한다면.

건설업은 '디지털 전환 수요는 크지만, 보수성은 더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풀어 볼 만한 문제는 분명히 많지만, 기술보다 현장 데이터와 레퍼런스를 쌓는 끈기가 먼저입니다. PoC 한 번에 들뜨지 말고, 신뢰의 사다리를 한 칸씩 쌓아 간다는 마음으로 접근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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