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ILD MAGAZINE

코리아빌드 매거진

대한민국 건설·건축·인테리어의 현재와 미래를 담는 코리아빌드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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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CASE
도시의 영혼을 깨우는 6개의 방법
런던 버스에서 여의도 한복판까지 — 스튜어트 우즈와 헤더윅 스튜디오가 증명해온 것
에디터 정사은 자료 헤더윅스튜디오
도시의 영혼을 깨우는 6개의 방법

우리는 흔히 건축을 '공간을 규정하는 거대한 상자'로 여긴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다르다. 버스 한 대든 도심 마천루든, 이들에게는 똑같이 '사람이 만지고 머물고 싶어지는 것'을 만드는 일이다.

왜 지금, 세계는 헤더윅에 열광하는가

헤더윅 스튜디오의 프로젝트는 도시라는 화폭 위에 놓인 거대한 조각품이자, 대중과 호흡하는 유기체에 가깝다. 이들은 건물의 '기능'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동수단은 움직이는 건축이 되고, 사무공간은 공원이 되며, 계단은 그 자체로 광장이 된다. 산업 디자인의 미시적 집요함을 수만 평 도시계획의 규모로 끌어올리는 것 — 그것이 이 스튜디오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한 문장이다.

여기 모은 6개는 런던의 버스와 상하이의 파빌리온, 뉴욕의 계단, 그리고 최근 서울을 뒤흔든 두 개의 설계안까지를 가로지른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진부한 상징과 천편일률적 상자를 거부하고, 그 자리에 '머물고 싶은 공간'을 세운다는 것. 6개를 차례로 따라가다 보면, 코리아빌드 디자인써밋 무대에 설 스튜어트 우즈가 어떤 방법론을 들고 오는지 윤곽이 잡힌다.

01

구글 킹스크로스 사옥 — 마천루의 시대를 끝내고 '지평루'를 열다

헤더윅 스튜디오 + BIG(비야케 잉겔스 그룹)·영국 런던·2017 설계 공개 / 완공 진행 중

구글 킹스크로스 사옥. 옥상 공원이 사선으로 흐르는 랜드스크레이퍼

약 330미터·11층으로 대지에 길게 누운 '랜드스크레이퍼'. 옥상 전체가 공원이다.

© Heatherwick Studio

마천루는 하늘로 솟는다. 헤더윅과 BIG는 반대로 건물을 땅에 눕혔다. 런던 킹스크로스에 들어서는 구글 사옥이 바로 그렇다. 오만하게 솟는 대신 대지에 길게 누운 약 330미터·11층의 거대한 '랜드스크레이퍼(Landscraper)'를 제안했다. 같은 팀은 앞서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구글 캠퍼스도 함께 설계한 바 있다.

건물 옥상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달리기 트랙을 두르며, 일터와 자연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는 감염병 대유행 이후 사무공간이 가져야 할 '건강한 업무 환경'에 대한 선언이다. 2017년 설계 공개 이후 완공이 거듭 지연되어 현재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점은, 이 야심찬 실험이 현실과 부딪혀온 시간의 흔적이기도 하다.

02

뉴 루트마스터 — 도시를 유영하는 움직이는 건축

헤더윅 스튜디오 (프로젝트 리더 스튜어트 우즈)·영국 런던·2012

뉴 루트마스터 버스

50년 만에 런던 전용으로 새로 설계된 2층 버스. 두 줄기 창이 계단부를 따라 흐른다.

© Heatherwick Studio

런던을 위해 전용으로 설계·발주된 버스는 50년 만이었다. 기존 루트마스터 이후 처음으로, 런던시는 수도만을 위한 2층 버스를 새로 의뢰했고 헤더윅 스튜디오가 그 디자인을 맡았다. 주목할 점은 이 프로젝트를 이끈 사람이 바로 스튜어트 우즈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 작업을 스튜디오에서 가장 좋아하는 프로젝트로 꼽았다.

우즈는 단순한 외관을 넘어 조명, 좌석 직물, 비대칭의 전면 유리창, 그리고 뒤편의 개방형 승하차 공간까지 기계적·기능적 요소를 하나의 언어로 통합했다.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흐르는 두 줄기 창은 어둡고 비좁던 계단을 빛이 드는 공간으로 바꿨다. 산업 디자인적 사유가 어떻게 공공의 일상을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우즈식 방법론의 원형(原型)이다.

03

베슬 — 목적지 없는 계단, 그 자체가 광장이 되다

헤더윅 스튜디오·미국 뉴욕 (허드슨 야드)·2019 개장

베슬

154개의 엇갈린 계단 묶음으로 이뤄진 벌집 모양 구조물. 오르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다.

© Heatherwick Studio

방도 사무실도 없다. 오직 오르내리는 행위만을 위해 세운 16층짜리 계단이다. 뉴욕 허드슨 야드 한복판에 선 벌집 모양의 이 구조물은 154개의 엇갈린 계단 묶음(flights), 약 2,500개의 계단(steps), 80개의 층계참(landings)으로 이루어졌다. '오르고 내리며 주변을 조망하고 사람들과 마주치는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이다. 인도 라자스탄의 전통 계단식 우물(Stepwell)에서 영감을 받아, 도심 한복판에 3차원의 수직 입체 광장을 창조했다.

다만 사람을 하늘 위로 끌어올린 이 계단은, 그만큼 높은 곳에서 사람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물음과도 마주해야 했다. 개장 이후 잇따른 추락 사고로 아픈 시간을 거치며 한동안 문을 닫았던 베슬은, 2024년 가을 촘촘한 안전망을 새 옷처럼 두르고서야 다시 사람들을 맞았다. 열린 공간을 향한 순수한 이상이 현실의 무게와 만나 한 겹 더 단단해지는 과정 — 베슬은 공공 공간의 야심이 끝내 사람을 향해 있어야 함을 조용히 일러준다.

04

UK 파빌리온 '씨앗 대성당' — 건축의 외피가 미디어가 될 때

헤더윅 스튜디오·중국 상하이 (상하이 엑스포)·2010

UK 파빌리온 씨앗 대성당

6만 개의 투명 아크릴 막대가 바람에 흔들리며 살아 있는 듯 반응하는 '씨앗 대성당'.

© Heatherwick Studio

엑스포의 국가관에는 흔히 빅벤이나 런던아이 같은 진부한 상징물이 동원된다. 헤더윅은 이를 철저히 배제했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처음엔 위험하다며 베컴이나 셜록 홈스 같은 친숙한 상징을 원했지만, 헤더윅은 "진부함을 보여주는 것이 더 위험하다"며 설득했다. 그렇게 6만 개의 투명 아크릴 막대에 25만 개의 씨앗을 담은 거대한 '씨앗 대성당'이 탄생했다.

각 막대는 낮에는 빛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이는 광섬유 역할을 하고, 밤에는 내부 광원으로 구조 전체를 빛나게 했다. 바람이 지나가면 막대들이 일제히 흔들리며 건물 자체가 살아 있는 듯 반응했다. 정적인 구조물이 아니라 만지고 반응하는 거대한 매체, 건축이 거기까지 갈 수 있음을 보여준 작업이었다.

05

여의도 대교 레지덴셜 — 성냥갑 공화국에 던지는 조형적 반기

헤더윅 스튜디오 + 삼성물산(시공)·서울 영등포구 여의도·2026 설계안 공개

여의도 대교 레지덴셜 설계안

서울의 산세와 능선에서 영감을 받은 물결치는 윤곽선의 타워 4개 동.

© Heatherwick Studio

2026년 2월 28일, 토마스 헤더윅이 직접 조합 총회 단상에 섰다. 그가 펼친 설계안은 한국 정비업계를 흔들었다. 헤더윅 스튜디오의 한국 첫 주거 개발이다. 1975년 준공된 576세대를 헐고 4개 동·최고 49층·약 900여 세대로 다시 짓는다. 헤더윅은 천편일률적인 한국의 '성냥갑 아파트'를 거부했다.

대신 여의도에서 바라보이는 서울의 부드러운 산세(山勢)와 능선에서 영감을 받아, 물결치는 유기적 윤곽선의 타워 4개 동과 정원 중심의 지상부를 설계했다. 주거용 건축물이 어떻게 도시의 삭막함을 치유하고 영혼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거대한 미학적 도전이다.

"대교아파트의 진정한 가치는 한강뿐 아니라 서울을 둘러싼 산의 부드러운 실루엣에 있다. 이는 전 세계 대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입지다."

— 토마스 헤더윅 (헤더윅 스튜디오 창립자, 2026.2.28 조합 총회)

06

코엑스 전시관 리뉴얼 — 거대 상자를 '호기심의 캐비닛'으로

헤더윅 스튜디오 + 한국무역협회(KITA)·서울 강남구·2025 당선 / 2029 완공 예정

코엑스 전시관 리뉴얼 설계안

약 350미터의 닫힌 외벽을 크고 작은 단위 상자(모듈)로 쪼갠 '호기심의 캐비닛' 개념.

© Heatherwick Studio

코엑스의 육중한 외벽이 곧 모습을 바꾼다. 2025년 3월 14일, 국제 지명 설계 공모에서 헤더윅이 당선되면서다. 헤더윅은 약 350미터에 달하는 닫힌 코엑스 외벽을, 크고 작은 단위 상자(모듈)로 쪼갠 '호기심의 캐비닛(Cabinet of Curiosities)' 개념으로 탈바꿈시킨다. 신기하고 희귀한 물건을 모아둔 진열함에서 착안한 발상이다.

핵심은 '이벤트가 없을 때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목적지'로 만드는 것. 1층을 인접 공원과 이어지는 공공 공간으로 열고, 상층부에는 옥상정원과 전망대를 두어 서울과 한강의 풍경을 시민에게 내어준다. 요새처럼 닫혀 있던 전시장을 365일 생동하는 입체적 공공 공간으로 개방하는 시도다. 이 프로젝트에서 스튜어트 우즈가 직접 대변인으로 나서 "사람을 모으는 장소인데도 대부분의 컨벤션 센터는 위압적이고 공공성이 없다"고 지적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는 8월, 디자인 써밋에서 우리는 헤더윅 스튜디오의 스튜어트 우즈에게 어떤 이야기를 기대하는가. 6개를 관통하는 것은 하나의 방법론이다 — 산업 디자이너의 미시적 집요함을 수만 평 도시계획으로 키우고, 철저한 자본의 논리 속에서도 '공공의 이익과 인간적 감수성'을 끝까지 관철해내는 끈질긴 협상과 설계를 만난다. 성냥갑 아파트와 폐쇄적 상업 시설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그의 강연은 우리가 살아갈 미래 도시의 가장 확실한 예고편이 될 것이다.

KOREA BUILD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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