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건축주라면 알아야 할 2019 건축 메가 트렌드 키워드 ‘에너지 세이빙’. 기후 변화의 이슈에서 시작 된 이 키워드는 제도와 제품의 흐름을 바꾸며 아주 빠른 속도로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2019년 UN의 첫 발표, 기후라는 평화에 관하여
“We are losing the game.(우리는 이 게임에서 지고 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UN 사무총장의 새해 발언은 엄중했다. 그는 전쟁이나 안보가 아닌 ‘기후변화’에 대해 말하던 중이었다. 지난 1월 25일 세계기상기구(WMO)가 UN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해 첫 연설을 했다. ‘극심한 기후 변화와 예상되는 재앙’이 주제였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WMO 같은 핵심기구가 극심한 기후 이슈에 관한 공식 연설을 했다는 것은 국제 평화에 위협이 되는 수준으로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는 의미. 전문가들의 관심도 거듭 촉구되고 있다. 이제 2019년의 지구촌 주요 관심사는 반드시 ‘기후’여야만 할 것 같다.
파벨 카바트 WMO 책임 과학자가 UN안보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 UN
건축 트렌드 키워드 #에너지세이빙 패시브 건축과 제로에너지
아무래도 건축은 기후와 관련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 중 하나 일 것이다. 건축의 가장 큰 의의는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것에 있으니까. 몇년 전부터 건축 분야의 전문가들은 기후에 관련한 심각한 논의를 이어왔다. 가장 구체적인 솔루션으로 제시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바로 ‘에너지 세이빙’이다. 분명한 것은 단순히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난방비나 수도세를 절감해야하는 수준의 이야기는 아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우리 눈 앞에 등장했던 황무지가 가까이 왔다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깝게 느껴질 뿐.
패시브 하우스 건축 사례. 높은 수준의 단열재를 사용 했을 뿐 아니라 옥상에 9kW 광전지를 시공해 집에 필요한 기본적인 에너지를 자체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North River Architecture & Planning
패시브 하우스 내부 ⓒNorth River Architecture & Planning
‘패시브 건축’와 ‘제로-에너지 빌딩’이 바로 에너지 세이빙 솔루션의 대표적인 예다. 패시브 건축은 건축물에 고효율, 에너지 절약 설계 기법을 도입한 건물을 뜻한다. 좋은 단열재와 창호를 사용해 냉난방 효율을 높이고 건물 안의 에너지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걸 막는다. 결과적으론 탄소 배출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제로 에너지 빌딩’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건물 자체에 태양광,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 설비까지 갖춰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화 할 때 제로 에너지 빌딩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여의도 전경련회관, 코오롱 에너지플러스 하우스가 제로 에너지 빌딩으로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여의도 전경련 회관은 외부 유리를 모두 태양관 패널로 설치해 국내 첫 에너지효율 1등급 인증을 받았다. ⓒ전경련
코오롱 에너지플러스 하우스 외관 ⓒ코오롱
높아진 단열 기준과 건축 규제 에너지세이빙의 현재
환경에 따라 제도도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0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이, 2025년 부터는 모든 신축 건물이 모두 ‘제로 에너지 빌딩’으로 건축되어야 한다. 2030년에는 국내 모든 건물이 제로 에너지 빌딩이 된다. 이미 2018년 9월부터 단열재 관련 법규가 개정되기 시작했다. 큰 골자는 기존 3개 지역으로 나뉘었던 단열 기준을 더 세밀하게 나누고, 단열 성능의 기준을 높이기로 했다는 것. 에너지 효율이 높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설비, 자재와 노후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높이는 더 구체적인 방안들은 국회에서 계속 검토중에 있다.
에너지 세이빙 전략 1 ― 더 섬세하고 스마트한 단열재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기준이 강화되면서, 건축 자재 시장 역시 저가 경쟁에서 벗어나 고품질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단열재가 두꺼울 수록 집의 내부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은 줄어드는 셈이라, 점점 더 얆고 스마트한 소재로 바뀌는 과정에 있는 것. 친환경 수성 연질폼인 ‘화이트 폼’과 얇고 스마트한 고효율 단열재인 ‘로이 단열재’, 패시브하우스와 제로 에너지 건물을 위한 열교차단열재인 ‘TIFUS’가 특히 각광받는 중.
로이단열재(LOW-E insulation)는 표면 부식방지코팅 처리를 한 친환경 고효율 알루미늄 단열재다. 단열재 내부에 설계 배치된 저방사 독립 공기층(Low-e independent AIR pocket)이 전도열, 대류열을 차단한다.
친환경 수성 연질폼 ‘화이트 폼’
패시브하우스를 위한 건식 외단열시스템 열교차 단열재 티푸스(TIFUS).
건축물의 유리 창호에 적용하면 창호를 통해 손실되는 난방열을 줄여주고 태양열을 차단하는 윈도우 필름 ‘펜제렉스’와 일반 유리보다 단열 성능이 60%가량 높은 로이유리를 적용해 열손실을 막는 LG하우시스의 창호 ‘수퍼세이브’ 시리즈 역시 포함된다.
유리창호에 적용하는 윈도우 필름 펜제렉스
로이유리를 적용해 단열 기능을 높인 LG하우시스 수퍼세이브 단면도
에너지 세이빙 전략 2 ― 건축주 윤리, 소재 선택과 지속가능성
더 나은 품질의 무언가를 구입할 때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지속가능성이란 장기적으로 유리한 측면을 생각하는 일이에요. 저는 언제나 소재의 라이프 사이클에 주목하는 편입니다. 좋은 건축은 언제나 긴 수명을 갖고있고, 아름다운 주변 환경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_ JKMM Architects 핀란드 건축가,
페이비 메로우넨 (PÄIVI MEURONEN)
지속가능성과 환경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핀란드의 건축그룹 JKMM Architects의 디자이너 페이비 메로우넨의 말처럼, 우리는 자재의 변화에서 환경과 수명의 문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 달, 미 항공 우주국(NASA)는 2018년의 지구 평균온도가 지난 5년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던 해인 동시에 다시 최고치를 갱신했다고 발표했다. 매일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이동성 고기압이 기후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더 이상 두고 볼 문제는 아니다. 건축주로서의 윤리 의식은 더 넓은 범위로 확대되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이 지구에 얼마나 더 존재할 수 있느냐에 접어든 이 이슈에 대해 우리는 더 진지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