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문을 연 카페 ‘삼옥’은 목수 한상훈의 작업실이자

나무가 주는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조도가 낮은 주황빛 조명 아래, 나무의 결을 보고 서 있자

친구네 집에 놀러온 듯 편안한 감정이 일어난다.

올해 CES를 통해 선보인 소니의 스마트홈 스피커 LSPX-S2. 캔들 홀더 같은 모양새지만, 실은 감성을 자극하는 스마트 스피커 시스템이다.

삼옥의 한 켠을 채우고 있는 작업대.

젊은 목수의 공간
성수동 3층 옥상, 삼옥

성수동 낡은 건물들 틈새. 소박하게 자리잡은 카페 삼옥의 작은 간판은 거기에 원래 있었던 것 처럼 보인다. 꾸며진 화려함이 아닌 것만이 그곳으로 자연히 발길을 옮기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 힘에 이끌려 좁은 계단으로 들어서자 나무로 꾸민 공간이 등장했다. 목재가 주는 시각적, 후각적 편안함은 모카 포트가 끓는 소리와 나즈막한 음악 소리가 어우러져 더욱 감미롭게 느껴진다. 주인은 29살의 젊은 목수 한상훈씨다. 두꺼운 작업용 앞치마를 두른 그의 모습은 이 공간과 더 없이 잘 어울린다. 옥상이 딸린 3층, 이 자리는 그의 작업실이자 친구들이 모이는 아지트였다고. 그는 지난 가을 이 곳을 다른 사람들도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하고 ‘3층, 옥상’을 일컫는 <삼옥>을 열었다.

올해 CES를 통해 선보인 소니의 스마트홈 스피커 LSPX-S2. 캔들 홀더 같은 모양새지만, 실은 감성을 자극하는 스마트 스피커 시스템이다.

매주 수요일부터 주말까지, 삼옥은 카페로 개방된다. 모카포트로 끓인 에스프레소가 일품.

나무로 만든 물건에 대한 저의 관심이 공간으로 확장 되었을 때, 그 소재가 한 층 매력적으로 와닿는 것을 느꼈어요. 목공이란 작업이 단순히 나무를 잘라 무언가를 만드는 게 아닌 공간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걸 다른 이들에게도 알리고 싶었죠. 그런 저만의 공간을 만드는 게 일종의 숙명처럼 느껴졌어요.

삼옥에 들어서면 곧바로 벽에 걸린 공구들과 여기저기 옹이가 박힌 목재들이 그대로 늘어서있다. 모두 목수 한상훈씨의 작업들이다. 빈 손으로 언 땅을 일구 듯 나무를 만지기 시작한 후 쌓인 6년의 시간들이 펼쳐져 있다.

성수동 골목길 낡은 건물 3층에 위치한 삼옥은 목재를 다루는 이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목공의 매력, 목수의 일

23살 무렵 표류지를 찾아 항해하던 돛단배 같던 한상훈씨. 그는 어느 여행길에 제주도 이호테우 해변에서 캠핑을 하던 한 가족의 모습을 봤다. 한상훈씨는 그 모습이 ‘인간의 삶을 더 이롭게 하는 경험’이라고 생각했다고. 한상훈씨는 그런 경험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는 나무가 주는 따스함과 그것으로 만든 물건들이 캠핑에서 사용할 때 더 좋은 경험이 탄생할 것 이라 생각했다. 원목으로 만든 편안한 캠핑용품 브랜드 ‘파페포카’는 그렇게 탄생했다.

제가 가진 공구를 이용해 디테일이 달리 할때 마다 사용감과 제품이 뿜어내는 분위기가 달라지는 게 재미있고 신기했어요. 운 좋게도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제가 생각한 걸 만들어 낼 수 있는 과정까지 3년의 시간이 필요했죠.

원목 캠핑 용품 브랜드 파페포카가 ‘삼옥’이라는 공간으로 확장되는 시점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공간 삼옥에서, 오늘도 목수 한상훈씨가 작업복 차림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나무의 결을 읽는 작업을 합니다,
목수 한상훈

목수 한상훈씨.

Q. 한 쪽 벽면에 작업의 흔적들이 가득하네요.

공간을 계획하면서 어떻게 해야 내게 제일 잘 맞는 공간이 탄생할까 고민했어요. 한쪽 벽면을 둘러 쉴 수 있는 공간과 작업공간을 분리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공구를 사 모으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이렇게 쌓였네요.

Q. 여기서 가장 자주 쓰는 물건은 뭔가요?

아무래도 전동드릴 일 거예요. 가구를 조립할 때 많이 쓰고, 드릴에 끼우는 비트는 더 자주 사용해요.

Q. ‘실력있는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잖아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좋은 연장이 좋은 작업을 만드나요?

제 생각엔 목수에게 공구가 참 중요해요. 나무로 만든 것들이 주는 따스함은 아주 정확한 치수 측정에서 나오는 거예요. 섬세함과 내구성을 갖춘 공구를 균형감 있게 쓸 때 비로소 제가 생각한 작업이 나오는 거죠. 수공구의 경우엔 날이 충분히 예리해야해서 굉장히 섬세하게 제작되어야해요. 그래서 브랜드 네이밍과 제작자가 중요하죠. 모터가 달린 공구는 내구성이 아주 중요해요. 공구 자체가 큰 힘이 있어야 사람이 편하게 작업을 하니까요. ‘실력있는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도 백번 맞다고 생각해요.(웃음)

핸드카빙 용 칼과 전동드릴, 대패와 망치 등 목공용으로 쓰이는 공구 장비들

삼옥에서는 자연스러운 목수의 작업공간을 볼 수 있다.

다양한 공구들을 써본 끝에 내게 맞는 장비를 찾은 한상훈씨는 ‘좋은 장비’에 대해 그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Q. 좋은 공구와 그렇지 않은 공구를 나누는 기준이 있나요?

저에게 좋은 공구는 그저 저에게 편한 물건이에요. 제가 쓰고 있는 대패와 조각칼도 그래요, 더 비싼 것을 써봤지만 제 손 크기와 작업 습관엔 맞지 않더라고요.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크기와 무게감을 발견한다면, 그게 좋은 공구 아닐까요?

Q. 어떤 프로세스로 작업이 이뤄지나요?

머릿속으로 상상한 걸 도면으로 그려내고, 그 도면을 따라 목재를 매만져요. 작은 단계들이 참 많은데, 그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간 후에 상상하던 게 실물로 드러나는 순간의 성취감이 작업의 마지막 단계죠.

Q. 성취감은 목공 뿐만이 아닌 모든 작업들에서 느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나무만이 줄 수 있는 성취감도 있다고 생각해요. 죽은 것 같지만, 사실 살아있는 소재거든요. 그래서 여름과 겨울에 나무를 만지는 방식들이 조금씩 달라져야 해요. 나무는 숨을 쉬고 수축, 팽창도 하니까요. 모든 과정에서 나무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데, 그게 참 특별해요.(웃음) 하면 할 수록 배울 것이 끝도 없다는 점이 도전의식을 계속 불러일으키기도 하고요.

Q. 늘 새롭다는 거죠?

네, 그런 작업이다 보니 같은 목수들끼리 정보를 참 많이 공유하게 돼요. 모르는 것 있으면 물어보고, 좋은 것도 함께 찾고. 그런 문화가 있다고 생각해요.

Q. 나무를 만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제가 느끼기에는, 장사 목적이 아닌 ‘나무가 좋아서’ 목공 작업을 하는 사람들일 수록 기능과 미감에 아주 깊이 있는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생명력이 있는 소재를 다룬다는 자부심이 있고, 그런 재료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하죠. 기능에 미감을 더하는 디자인 과정에서, 나무를 단순히 도구로만 쓰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Q. 그런 마음이 적용된 가구가 있나요?

저는 제가 만든 테이블을 좋아해요. 나무에 난 혹을 잘라서 만든 결을 살린 나무와 라이브우드(슬랩우도), 정갈한 느낌을 주는 제재목을 섞어서 만든 거예요. 고등학교 때 처음 낯선 도시인 서울에 와서, 궁의 처마를 보며 편안함을 느꼈던 제 경험을 녹였어요. 궁에서 본 한옥의 구조가 제가 어릴 때 산 경주의 한옥집을 연상케 했거든요. 집이 아닌 곳에서 그 처마를 보며 집의 편안함을 느꼈기 때문에, 10대 무렵의 힘든 시간을 잘 보냈던 것 같아요.

Q. 목수 한상훈이 만드는 가구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요?

저는 주황 전구가 내는 따스한 빛을 좋아하는데요, 제가 만든 것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목재가 가진 본연의 결을 살리면, 가구가 은은하게 빛나요. 그게 공간을 편안하게 밝힌다고 믿고 있어요. 제가 만든 가구가 언제나 그랬으면 해요.

한옥의 처마를 형상화한 테이블

나무라는 소재와 목수의 일이 갖는 결을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카페, 삼옥.

이 곳에서 우리는 낯선 소재와 직업, 그리고 도구들을 한 층 친숙하게 만날 수 있다.

이 공간에 반한 이들이라면 원데이 혹은 정규 클래스를 들을 수 있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은 목공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시간으로 꾸려지고 있다.

자세한 정보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해 공지한다.